비바람 속의 '셰퍼드'
전에는 비가 와도 곧잘 우산 들고 산책을 하곤 하였다.
지금이야 게을러져서 방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자전거를 저어 보지만 얼마 안 가서 지치곤 한다.
뚝길을 걸으면서 종종 보게 되는 자전거 '마니아' 들이 참 쉽게도 운동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걷는 게 쉬운데 남이 하면 쉬운 줄만 알았다.
요즘같이 우기에는 가끔 생각나는 '셰퍼드'가있다. 이년 전이었는데 그날도 초겨울에 우산을 들고 동네 옆 뚝길을 걷고 있었다.
집을 나와 십오분쯤 걸었을 때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뿔싸! 저만치서 셰퍼드가 전속력으로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심장이 멎을 것 같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그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원래 강아지는 귀여워해도 큰 녀석들은 곁에 있기도 불안하다.
근데 이 녀석은 오더니 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눈빛이 그리 독살스러움은 아니지만,
경찰견보다도 더 큰 덩치가 한순간에 나를 제압하니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모양새를 보니 녀석은 뚝 너머에서 개천을 건너온 것이 분명 했다.
몸에는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왜 하필 내 앞에 나타났는지 나는 한순간이라도 그의 곁에서 피하고 싶은 마음뿐 이었지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렇게 둘이서 우산 밑에 있었다. 한 오 분쯤 흐른 뒤에 나는 무조건 녀석에게서 떨어지는 것이 살길 이길래
아주 가만가만히 우산도 쪼금씩 움직이며 앞으로 갔다.
다행히 포기한 듯 따라오지를 않으니 비가 오는 날이 공치는 날이 아니라 나에게는 십 년 감수했다고 투덜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휴~~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매년 겨울에 비가 내리면 종종 녀석이 생각난다.
그는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후 생각해보니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 달라는 신호인 것이 분명 했다.
지금은 누가 데려다 잘 기르고 있는지... 나는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는 무서움에 떨었지만 도움을 간절히 요청했는데 나는 물어 뜯힐 생각만 했으니....
아마도 '아이큐' 높은 녀석은 몰인정한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러고 보니 이곳은 어려서부터 동물과 함께 더불어 생활하는 교육을 어릴 적부터 접하니 참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어릴 적 학교에서는 계속 잡아 오라는 것에 익숙해진 가난한 시대에 사느라 힘들었다.
예를 들어 때때로 송충이를 잡아야 하고 쥐꼬리도 가져가야 하고 하다못해 배 속에 있는 기생충 잡느라고 온 학교가 법석을 떨었으니까.
그렇게 동물과 친숙 해 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었다.
그저 운 좋은 날 창경원 이나 가야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를 비롯해 여러 신기한 동물을 볼 뿐이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며 살아가면 좋을 것을 서로가 나만 생각하니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친숙 해 진다는 것은 상대방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셰퍼드와 내게 언젠가 이런 상황이 다시 온다면…
헤이! Let's go my home!
그중에 어떤고양이는 어느만큼 따라오기도하고 나 혹은 남편 다리에 제 몸을 쓰윽 문지르며
친한척합니다.
어떤개는, 안이 훤히 보이는 철제 울타리 사이로 우릴보며 짖어대는데 그 짖는소리는 마치 "나도 나가서 걷고 싶어"
라고 말하는것같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같이 오래산다면 눈빛만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수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