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퇴색(退色)되어가는 정(情)
우리 사회에서 늘 회자하는 ‘정’이란 말의 역사는 고려 시대를 지나 조선 시대에서부터 현재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 한다.
한국인들은 정을 관계 맺음의 중요한 요인으로 보아왔다.
우리는 남에 대해 배타적인 우리이고, 가족 같은 친근한 정은 생기기도 하고, 들러붙기도 한다.
‘속담에는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다’는 말도 있고 선거 때에는 그냥 우리가 남이가! 한마디에 표가 쏟아지기도 한다.
남녀 간에는 순정이 있으면 욕정도 있는데 순정이 욕정과 만나면 불꽃도 튀게 된다.
하지만 헤어질 때는 일부러 미운 짓만 골라 해서 정을 떼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정나미가 떨어지게 하는 것이 헤어짐의 첩경이다.
‘정’에도 종류가 있어서 고운 정이 있으면 미운 정이 있고 온정이 있으면 냉정도 있다.
온정은 뜨거워지면 열정이 되는데 미운 정은 지나치면 역정을 내기도 한다.
종종 정문화가 한국 사람의 좋은 점이라고 하는데 물론 맞는 말이다.
따뜻한 감정을 느끼는 말의 첫 번째의 단어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일이 닥치거나 답답한 상황일 때,
주위에서 전혀 일면식도 없는 분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면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게 바로 ‘정’인가 싶다. 이렇게 정이라는 개념(槪念) 자체는 긍정적인 것이었으나, 현재 한국의 정문화는 많이 변질하여있다.
요즈음 시대는 퇴색되어가는 정 문화로 인해 본래의 정을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부정적인 말의 의미가 된듯싶다.
이곳의 미국인들에게서 정(?)에 더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의견이 다른 격한 논쟁을 했다고 치자.
하룻밤 지난 다음 날의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협력하여 토론을 이어 갈 수 있으나
똑같은 경우에 한국 분들은 마음에 앙금이 남아 있는 듯 보인다.
정을 앞세운 끼리끼리의 문화, 내 편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는 고질적인 문화의 밑바닥에 있는
본래의 순수하고 좋은 의미의 정이란 점점 소멸하여 가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공동체에도 많은 영향을 받으며, 심지어 가족 간에도 돈이란 보따리가 풀릴 때 종종 무너지게도 된다.
그래서 나는 가식이 많고 덧씌워진 ‘정’을 싫어한다.
이렇게 변질하여 가는 정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뒤늦게 한국 정부에서도 ‘김영란법’을 도입한 것은 잘한 일이며, 결국은 변질 된 '정' 문화 때문일 것이다.
장자의 (내 편) 제5편 덕충부 (7)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사람이 정이 없으면 시비가 생기지 않는다."
는 글귀가 있는데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사람은 정이 많으면 시비가 생긴다는 말일 것이다."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할 글귀이다.
똑같은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 그리고 환경에 따라서 이해 하는 '단어'들의 의미는
각자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어쨋든, 내년도 새 임원들이 구성되면 산악회 구호도 새로운 것으로 바꾸면 신선해 질것 같습니다.
매해 새 임원들이 새로운 슬러건(?) 들을 만들면 변화도 생기고 의미도 있고 좋은 방향으로 산악회가 발전 할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