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Cafe 풍경
대부분 사람은 신년이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잘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백수 생활하는 ‘삼식이’도 나름대로 작은 변화를 시도하려고 했다.
일요일 만큼은 온기가 휘감고 있는 이불 속에서 느긋한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2호실에 숙박하는 집사람의 교회준비로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면,
늘 가게 되는 '맥카페'를 쉬기로 한 신년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웬만큼 몸이 불편해도 갔다 와야만 일요일의 평화스러움을 간직하며 주말을 보내게 된다.
토요일에 가는 곳은 걸량 맞게 크고 잠 없는 중국 분들의 소란스러움으로 얼릉 먹고 산행지로 줄행랑치는 곳이다.
일요일 아침의 맥카페는 거리는 멀어도 자그마한 곳에 ‘리모델’로 단장한 소박한 분위기에 날씨 관계없이 늘 찾게 된다.
아마 중독이란 이렇게 습관이 길러지면 자연히 생기게 되는가 보다.
오늘도 세찬 비가 오는 일요일 아침이다.
혼자만의 외출과 분위기가 있는 구석 진 곳에서의 커피 맛에 길든 몸에, 금단 현상이 오는 것을 참을 수 없기에 죽어도 Go! ㅋ
오늘도 신문 보따리를 들고 들어섰다. 다행히 내가 늘 앉는 구석진 넓은 식탁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비어있다.
누가 오기 전에 보따리 던져놓고. 주문한 보리 개떡과 씨니어 커피를 들고 방금 내린 커피를 호호 불어 가며 쵸코랫또를 깨문다.
근데, 앞 좌석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 앞에는 등을 지고 중년 부부가 앉아 있고 맞은 편에는 십 대 아들이 있는데,
중국 엄마는 소프라노와 앨토를 넘나들며 언어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평화스러운 일요일 아침에 녀석이 뭘 그리 잘 못 했는지… 학업 성적, 교통사고, 친구 관계, 아니면 혹시라도 마리화나?
간혹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은 멋쩍고도 초조한 표정으로 눈 둘 바를 몰라 한다.
이럴 때 ‘팬더’(중국분)가 있으면 귀동냥으로 짐작은 하겠는데...
오늘은 아늑한 곳에서의 시간은 물 건너 간듯하다.
엄마는 연신 닦아내는 눈물로 밥상 위에 휴지가 가득히 쌓여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편이 아내 어깨에 왼손을 걸치고 토닥거리며 달래 주는 모습에서 부부애를 느낀다.
부부가 자식에게 언어의 폭력을 함께 휘두르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아는 분 같다.
나에게도 언제나 품 안의 자식일 것 같던 아이들이 이제는 각자의 생활로 독립한 지 오래되었다.
녀석들과 같이 식사할 때가 좋았고, 한 지붕 밑에서 생활하니 좋았다. 너희들을 쳐다보니 좋았으며,
문제가 생기면 같이 헤쳐 나가는 것도 좋았다.
나의 자녀가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임을 잊지 않고 살며, 웃어른에 대한 예의를 알며 가족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어른이 되면 더없이 좋겠다.
진정한 자식 사랑은 세상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일이 아닌가?.
부모인 나도 그들의 독립을 북돋워 주고 간섭과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그마한 행복과 소소한 기쁨에도 어쩔줄 몰라하는 삼식이만의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시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