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이야기
같이 산행을 다닌 지는 한 사 년쯤 된듯싶다.
그저 평범한 회원으로 많은 산행은 함께 하지 않았지만, 그 중에도 늘 마음에 잔잔히 스며있는 분이다.
직장이 꼭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의 산행참가로 무료한 이곳 생활에서 여유를 찾는 듯하였다.
어쩌면 나의 옛날 생활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갔던 외로움을 그분은 주말에 산행과 한국분의 만남으로
하루의 휴가를 만끽하기 위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 년쯤 지났을 때 사랑하는 회원 남성 한 분이 아깝게 지병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여러 회원이 장례식장에 모여서 떠나는 분의 명복을 빌었다.
나는 생전 처음 가는 장례식장이었다.
대부분 조문객은 길게 줄을 서서 마지막 가시는 분에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줄을 섰다가 슬며시 빠져나왔다.
내게는 처음이고, 두렵고, 그분 얼굴을 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늦은 저녁에도 바깥공기는 따듯했고 하늘에는 밝은 별이 떠나는 분의 길을 밝히는 듯했으며,
얼마 전까지도 함께했던 산행에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갑자기 모든 것이 공허(空虛)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때의 기분이란 끊은 지 오래된 담배라도 '뻑뻑' 빨고 싶은 심정이었다.
참석했던 분과 인사나 하고 가려고 문 앞에 있는데, ‘KT’가 다가와 손을 내민다.
말은 안 해도 그의 눈빛에 많은 슬픔이 녹아 있음을 느꼈다.
저쪽에서는 '나야'가 오더니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무심님 가겠습니다."하고
손을 내미는데 난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괜찮아" 하고 허그'와 함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잠시 후 어디선가 여성분의 흐느낌이 들려서 돌아보니 남자 가슴에 머리를 묻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바라보던 나 또한 눈만 꿈뻑꿈뻑하며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슬픔을 꾹꾹 참았다.
남자는 그녀를 감싸 안으며 달래는 모습에 내 마음이 찡하다.
그런데 혹시 '상주'인가 했더니 옆 모습이 어디선가 낯익은 모습이다.
아! 늘 같이 다니던 ‘Hippo’가 아닌가. 며칠 전 한국에서 온 남편과 함께다.
‘히포’는 돌아가신 분과 산행에서 알게 된 지 일 년 남짓 될까 하고 산행은 열 번 정도 될 터인데
그녀의 슬픔을 헤아리기에는 내 감정이 더 메말랐는지도 모른다.
그 후 날씨가 화창한 어느 봄날 산행 중에 넌지시 물어보았다. "혹시 전에 교회를 같이 다니거나 아는 분입니까?"
Hippo의 대답은 산행에서 처음 뵌 분이라 하였다.
궁금하던 답변을 듣고 나니 공동체에서의 삶이란... 각자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나의 가슴에 사랑스러운 막내로 남아있다.
그 후에는 산행이 뜸해지고 가끔 나오다가 소식이 끊겼다.
'시에라 산악회'가 생긴 초창기에 '샌프란시스코' 쪽 산행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직장근무 시간으로 인해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하며 남편도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한다는 소식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 후로는 ‘토요산행’에 나타날 듯한 "히포”의 모습은 점점 멀어져갔다.
“늘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0 ----------------------------------------------
그런데...
요즈음 산행에서 어떤 분에게서 순수하고 명랑한 모습을 보게 되니 '히포'가 보낸 듯도 싶고 같이 함께 하는 산행이 즐겁다.
“늘 하던 그대로 순수하게 오랫동안 같이 산행하기를 소원한다.”
P.S 그동안 게시판에 너무 많은 글을 올려서 미안합니다.
당분간 쉬겠습니다. Thanks. ---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