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평안을 주는 '뚝'길
오랜만에 점심 후에 나섰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훅'하고 스친다.
요즈음 날씨는 대낮에도 음산한 분위기와 먹구름에 빗방울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아서 우산을 들었다.
뚝까지 오르는 길은 십 분도 안 되는 이 동네에 산 지도 삼십 년이 넘었다. 큰 녀석 네 살에 이사 오는 첫날,
녀석이 두 팔을 벌리고 이 방 저 방으로 뛰어다니던 때를 잊지 못한다.
이곳 오기 전 '싼타 꿀라라'에 살 적에는,
'프리몬트'라 하면 'Lake Tahoe'에 가는 후리웨이 차창 밖에서 보이는 '한적한 동네'라는 기억만이 있었다.
시골 동네로 생각했는데 내가 이곳에서 이리 오래 살게 될 줄이야...
그래도 살아보니 생활에 불편하지 않고 병원도 십 오분 거리에 있으니 이만 하면 나 같은 서민이 살기에는 남 부럽지 않다.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뚝길이 지척(咫尺)이니 놀고 있는 사람에게는 '마실' 용으로 제격이다.
뚝길 초입에 들어서면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찬 바람이 마중을 나와 있다.
그 바람은 평지에서 느끼지 못했던 하천에서 생성(生成)한 특이한 냄새를 동반한 바람이다.
아마도 검은 갯벌과 갈대가 어우러진 곳의 물을 머금은 바람이 아닐까 한다.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진 밑의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걷게 되는 것은 산속에서의 걸음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환경이 생각을 변할 수가 있게 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가령 산속에 나는 한 가지의 문제에 기대어 있다면,
확 트인 환경에서는 생각은 자유롭고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이곳을 다니기 시작한 오 년 전과 지금은 환경이 많이 변해있다.
그 시절에는 왼편으로 넓게 펼쳐진 공터에 봄이면 '글라디올러스'(Gladiolus)를 재배해서 은은한 향기와 화려한 색깔이 눈을 황홀하게 하였다.
그 아름다운 밭이 지금은 새집으로 채워지느라 망치 소리와 둔탁한 중장비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자연 앞의 인간이란 보잘것없는 하나의 생물이거늘,
한 시절을 살아가려고 너무 많은 환경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얼른 마무리되어 다시 예전 모습의 평화로움으로 걷기를 소원한다.
하늘에는 청둥오리들이 꽥꽥 소리 지르며 나르고 기러기는 ㅅ자 형태로 어디론가 날아간다.
걷다 보면 덤불 가지에서 조잘대는 파랑새가 "멍"때린 자세로 있는 다람쥐와 어울려 귀여운 그림을 만듭니다.
오른쪽 하천에는 갯벌 얕은 물에 주둥이를 부비리며 먹잇감을 찾는 하얀 두루미와 긴부리 도요새가 한가롭게 거닐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십 분 쯤걸어가면 쉬어가는 테이블이 있는데 키다리 나무에 적당히 가려져 있는 곳이라 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과 나뭇잎 소리에 천당에 와 있는 착각을 하며 낮잠으로 빠져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뚝길에서의 낮잠은 보약같이 느껴지니 여름 한낮에 '뚝방길의 선물'이다.
내 추억에 남아 있는 뚝길이란 판잣집들이 즐비한 '청계천'의 모습만 기억되는데...
이곳의 뚝길은 내게 또 다른 'Image'와 건강을 챙겨준 '뚝방길'입니다.
나는 이 길을 언제나 사랑할 것이다.
그 뚝길이 Fremont 에 있는 Quarry Lake 쪽인가요? 이쪽으로 Bay Area Ridge Trail 이 연결되어있는것 같던데요.
Union City 다운타운근처 동네쪽으로 걷다보니 거기에도 자그만 공원도로가 뚝길처럼 개천을 따라 있더라고요.
이 뚝길도 Quarry Lake 쪽으로 가더군요.
기차역앞 찰리체플린의 무성영화 시절의 옛날 할리우드지역과 동네구경하면서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