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세상
세상이 어수선하니 모든 것이 불완전한 것 같고 옳고 그름도 뒤 섞여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는 곳의 기후란 예측 가능한 일이고, 지진도 늘 일어나는 곳에서 일어났으며,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고, 정치도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콜라병 밑바닥 두께의 돋보기안경을 두, 세 개 걸치고 들여다봐도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이 말 듣다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고 저 말 들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시대에 사는 것이 분명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내 딴에는 조용히 살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수양(修養)이 덜 되었으니 그런 나 자신도 실망스럽다.
주위를 돌아본다. 어수선한 세상살이에도 사람 모이는 장소에는 늘 변함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괜히 혼자서 '오두방정'을 떠는 것 같기도 하다.
바다 건너 소식이 들려오면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란 쉽지 않다. 이곳에 산 기간이 더 많은 사람이라 조용히 사는 것이 옳겠지만....
그곳에서 '국산품 애용하자'는 표어에 익숙했던 시절의 고국을 지울 수는 없다. 나는 그저 할 말이 없을 뿐이다.
괜스레 나로 인하여 스트레스받는 분이 더 생길 테니 마음 수련이나 열심히 되었으면 좋겠다.
요즈음은 하다못해 집 앞에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까지도 점점 이상하게 돌아간다.
지금쯤이면 잎이 거의 떨어져야 할 시기인데도 야금야금 떨어지는 낙엽에 그것 치우느라 내 '승깔'만 못되어진다.
예전같이 기다렸다 서, 너 번만 치우면 한겨울 해결이 되는데 요즘은 나흘에 한 번은 치워야 하니 승질 대로라면 '동강'을 하고픈 마음도 든다.
홈통만 해도 그렇다. 집 앞에 매달린 녀석만 치우면 되었는데 올해는 비바람까지 성질대로 불어서 경사진 꼭대기를 넘어와
안쪽 홈통도 '말미잘' 같이 생긴 녀석들이 수북이 쌓여 손짓한다.
사실 저 나뭇잎은 죽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봄, 여름 동안 충만했던 잎의 생명력이 서서히 빠져나가, 파릇파릇하던 것들이 이제는 칙칙하고 누렇게 변한 거다.
나뭇잎들이 다음 해에 돋아날 싹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는 것인데, 만약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니 나 자신이 염치없는 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싱싱한 잎새는 그림자를 만들어 주어 시원하게 지낸 시절이 엊그제인데
지금은 앞, 뒤로 낙엽 치워가며 욕을 하니 세상 돌아가는 것과 닮아있다.
모든 것이 안정되어 예측 가능한 삶은 분명 오리라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걸리는 것과 참는 인내가 필요할 뿐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도 내 마음이나 들여 다 보아야겠다. 과연 나는 제대로 되어가는 세상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마음이 어지럽다는것은 어느정도 대상에 관심이 있다는 좋은 표현 같아요.
관심이 없는 대상에는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것 같아요.
저도 지난주에 뒷마당에 심겨 있던 나무 3그루를 잘라 버렸습니다.
이 집에 이사 들어올때만 해도 해마다 멋들어진 낙옆을 만들어 주던 넘들인데...
언제인가부터는 죽었는지 나무속이 벌래들이 살고 있는 아지트가 되었더군요.
나무가 쓰러지면서 안에 살고 있던 벌레들이 닭들의 먹이가 되니,
돌고 도는 자연 현상을 보며 저 자신도 그 수레바퀴속에 그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단상에 잠시 젖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