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낌
    2025.03.02 04:17

    참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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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일요일에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교회에 새로 누가 오시면 반갑고 좋습니다. 처음 교회에 나갔던 때 생각도 나고 교회를 여러번 옮긴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예배중에 새로 오신 분이 소개되었고 마침 제가 앉은 곳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분 쪽으로 걸어 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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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운 마음에 잘 오셨다고 말씀드리고 다른 지역에서 오시느냐 아니면 이곳에 사시는 분이냐 여쭤 보았습니다. 적응할 수 있는 곳인지 알아 보러 왔다는 말씀에 저는 대뜸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 교회도 좋고 임마누엘 교회 그리고 새누리 교회도 참 좋아요. 다 장단점이 있으니 가 보시고 제일 맞는 곳을 고르시면 되요.” 이 말을 하자마자 뭔가 싸늘함이 느껴지며 누가 고함을 치십니다. “당신 누구야? 이 교회 교인 맞아? 이름이 뭐야?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쏟아지는 폭언에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우리 교회에 다니시는 분이 자기 친구를 교회로 모시고 온 것이었습니다. 일단 죄송하다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교회 목사님을 찾으며 그분은 흥분하셨고 그런 그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저는 그분이 빨간색 신발을 신고 계신 것을 봅니다. 그리고 느낀대로 한 마디 더 합니다. “빨간 신발 어울리기 참 어려운데 보기 좋습니다. 카리스마 짱이세요.” 이 말에 그분의 화는 극도에 달한듯해 보였습니다. 예배보는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가며 계속 되는 폭언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다른 교인들의 싸늘한 시선도 느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저는 화가 나지 않았고 새로 오신 분도 이 모습을 다 보셨으니 더 잘 됬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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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진료실에서 나오는데 어제 저에게 화내셨던 분이 서 계신 거예요. 허름한 차림에 그 빨간 신발을 신고서요. 인사를 하려고 다가가니 그분이 눈을 피합니다. 그래서 그냥 나왔습니다. 속으로 이분도 양심은 있어서 나를 똑바로 못보시네. 아마도 생각해 보시니 좀 지나치게 했다 싶었나 보다 했어요. 이런 제 모습이 얼마나 오만한 모습이었나를 저는 그날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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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19년째 머리를 깍고 있는 미용실에 갔습니다. 제가 제일 오래 다닌 줄 알았는데 23년째 깍고 있는 분을 우연히 회사에서 만났습니다. 아무튼 이 미용실은 단골이 많은 것 같아요. 오래 다닌 만큼 친밀함도 있어서 편합니다. 미용사님이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자기는 빨간 색이 잘 어울린다고 하시며 빨간 바지도 잘 입는다고 하십니다. 빨간색 하니 그분이 생각이 나서 제가 미용사님꼐 묻습니다. “빨간 신발도 신으실 수 있나요?” 당연하지요. 빨간 신발 좋아해요 라는 대답을 들으며 저는 자연스럽게 교회에서 있었던 일을 미용사님꼐 말씀드립니다. 은근히 제가 옳다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미용사님께 예상밖의 말씀을 듣습니다. 미용사분도 누구의 소개로 교회에 몇번 나가시다가 무슨 일이 있어서 지금은 교회를 쉬시는 분인데 교회에 새로 나오신 분의 입장 그리고 특히 그 친구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신다면서 저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신 말씀을 해 주십니다. 나름대로 고민하고 찾아간 교회에서 다른 교회도 가 보세요 라는 말을 들었을때 “보아하니 별로인데 다른 교회나 가 보세요” 라고 들었을 수 있다고요. 많이 환영해도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는데 다른 교회를 가 보라는 말이 편치 않게 들릴 수 있다고요. 그 순간 제 머리를 세게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고 느껴지고 “당신같은 사람때문에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거야!” 라고 소리치신 그 친구분이 말씀이 완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날 제가 이 미용실에 19년째 다니게 된 것에 감사했습니다. 19년의 친밀함으로 손님인 저에게 친구처럼 조언을 해 주신 그 미용사 분께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 분과 그 친구분을 다시 교회에서 또는 한의원에서 아니 어디서든 다시 뵙기를 원합니다. 저의 오만함을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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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다 자기 관점에서 세상을 봅니다. 옆에 기차가 움직일때 내가 탄 기차가 움직인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우리는 다 자기를 기준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래서 내 입장에 따라서 옳고 그른 것이 달라집니다. 이 일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어땠을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또는 그저 높은 곳에서 전체를 다 보았다면 누가 옳고 누가 옳지 않은 것이 있었을까? 각자 다 자기의 견해와 판단으로 나름대로 옳다는 행동을 했고 그 결과로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는 거구나 하고요. 어찌 보면 하나님 보시기에는 다 좋았겠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참회합니다. 내가 옳다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보았음을 참회합니다.

    참회합니다. 내가 옳다는 관점으로 세상을 보지 않아도 됨을 이제 압니다.

    참회합니다. 내가 옳다라고 순간 착각하고 실수할 수 있지만 이렇게 참회하고 다시 하면 되는거구나. 그런거구나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앗싸 1시간 전
      보통 저는 긴글을 잘 읽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긴 글을 읽었습니다. "이글을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쓰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동시에 오~~~래전에 Microsoft에서 호담님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때가 생각이 나더군요.
      어제는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오늘 정신줄 놓고 있습니다. 맛있는거 먹고 아무생각 안하고 낄낄 거리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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