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의도(Intention)에 대한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미국에서 살면서 매우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의도에 대한 것이다. 의도는 매우 주관적이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 입증하기조차 어려운 것인데도 미국에서는 의도를 굉장히 중요시 한다. 심지어 의도를 법과 질서 등 사회 시스템에 광범위하게 적용한다.
세법을 다루는 직업이니 세법 상식 하나를 예를 들어 보자. 개인 소득세에 대한 감사 시효는 기본적으로 3년이다. 즉 3년이 경과하면 소멸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의 25%를 누락하면 3년에서 6년으로 늘어 난다. 그리고 그 25%의 소득 누락에 나쁜 의도(Intention)가 있었다면 감사 시효는 Foreever로 바뀐다.
그러면 이 의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의도를 가지고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스스로 순순히 자백을 하려나?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어떤 쇼핑몰에 있는 ATM에서 현금 $100을 인출했다. $20짜리 지폐가 5장이 나와야 했는데 그중 한장이 $10짜리였다. $90밖에 안 나온 것이다. 그리고 영수증에는 $100이 찍혀 있었다. 황당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 수 있지? 어떻게 해야 하나? 누가 이것을 믿어 줄까? 하는 생각들이 들었지만 너무 억울해서 ATM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담당자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잠시 후에 은행 직원이 차를 타고 와서 내게 $10을 주고 사과를 했다. 내말을 믿어준 것이다. 감동이었다.
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시스템이, 그것도 금융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다고? 이러면 사기꾼들의 천국이 되는건 아닐까?
시간이 많이 흘러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의 의도를 중요시하는 미국의 시스템이 얼마나 합리적인가를.
다시 세법으로 돌아가 보자. 의도는 두가지로 판정이 된다. 첫째는 반복성이고 둘째는 그 규모이다. 규모가 비교적 작고 처음일 경우는 일단 나쁜 의도가 없다고 인정해 준다. 그러나 이를 반복하면 규모와 상관없이 나쁜 의도가 있다고 판정이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반복한 전과(?)가 없으면 일단 나쁜 의도가 없다고 인정해 주는 배려이다. 즉 먼저 믿어주고 나서 반복을 하면 일벌백계의 무서운 채찍을 드는 것이다.
나도 이를 배워가는 중이다. 먼저 믿어주는 것. 그러다 나쁜 짓을 반복하면 그때는 채찍을 드는 것.
내가 다른 사람의 의도를 알수 없고 그 의도를 내가 판단해서도 안되기 때문에.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