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가르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만 바라보네.
달의 앞면과 뒷면을 얘기하는데
달의 뒷면에 대해서는 들으려고 하질 않네.
달을 가르키고
달을 얘기하는데
나의 거친 손가락과
나의 메마른 입술만 탓하네.
한때 구름이 끼고
안개에 묻힐 수는 있어도
잎새에 바람이 스치우고
강물에 햇살이 반짝이면
나의 손가락 사이로 바람을 흘려보내며
나의 입술을 강물에 적셔 보리라.
사시사철 꽃이 피는 산은 알고 있으리라.
햇살이 가득한 여름 날에도
하얀 눈이 가득한 겨울 밤에도
달은 변함없이 수 많은 별들과 함께
어둔 하늘을 밝혀줄 것이라는 것을...,
달은 알고 있으리라.
어둠이 가까워질 때에도
어둠이 멀어질 때에도
산은 언제나 달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