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고독사 등 사회면 기사에 댓글시로 유명한 '제페토', 책 내
한 네티즌이 익명으로 7년간 각종 인터넷 신문기사에 붙여온 댓글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이른바 '댓글 시인'으로 유명한 '제페토'의 시를 모은 '그 쇳물 쓰지 마라'(수오서재)다. 네티즌 사이에서 시인, 국문과 교수 등으로 알려졌던 그는 출판사를 통해 "40대의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라고 밝혀왔다.
댓글시는 2010년 9월 충남의 한 제철소 용광로에 젊은 직원이 빠져 죽었다는 기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시인은 기사 댓글난에 '그 쇳물은 쓰지 마라/…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바늘도 만들지 마라…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가끔 엄마 찾아와/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라고 썼다. 기사가 아닌 이 댓글에만 2000명 넘는 이들이 '좋아요'를 눌렀고, 400개가 넘는 답글이 붙어 있다. 최근까지 '생각나 다시 보러 왔다'는 답글이 올라온다. 이후 시인은 틈날 때마다 뉴스에 안타까운 죽음, 노년, 고독사, 구제역 매몰 가축, 고공시위 등의 내용이 나오면 시를 달았다. 주로 사회면성 기사들이다.
욕설과 분노를 쏟아내는 데 급급하던 인터넷 문화에서 댓글 대신 붙여놓은 시는 큰 관심을 모았다. 하나 둘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일부는 시로 쓰인 댓글을 캡처해 돌려보기도 했다. 댓글시는 1980년대 참여시의 전통을 잇는 측면도 강하다. 사교육 열풍을 다룬 기사에 붙인 '…박정호가 죽었어요/훌쩍대는 전화에/울 엄마는 그 아이/몇 등이냐 물었네'와 같은 시는 통렬한 풍자성을 보여준다. 용인에서 건물 외벽을 청소하던 40대 인부가 추락사했다는 기사에 대해 쓴 '…전깃줄에라도 매달렸어야지/없는 날개를 냈어야지…귓불 스쳐 날던 나비에라도 매달리지/이번 추석은 글렀다/음복하다 울게 생겼다'는 서정성과 사회적 메시지가 결합되어 있다.
'90대 할머니, 키스 왜 안 해줘 총기난사' 외신 기사에 딸린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새벽 뜬눈으로 지새우게 하는/관절염이 아니라/어쩌면/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와 같은 섬세함도 돋보인다. 제페토의 시로 인한 '댓글 정화' 효과도 화제. 일부 네티즌은 "댓글로 시가 올라오면 악플을 못 달겠다"면서 그의 시를 퍼 날랐다. 이번 책에는 그동안 써온 댓글에서 추린 시 84수를 실었고, 관련 기사도 나란히 배치해 색다른 '읽기 경험'을 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시에라 산악회의 댓글도 늘 이렇게 훈훈하고 가슴 따듯한 댓글로 가득히 채워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