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산행에 든 상념
오클랜드에 있는 쭉쭉 뻗은 레드우드 나무 사이를 걷는 날이 밝았다.
늘 가던 산행지도 타고난 길치로 인해 몇 달만 지나면 내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나의 산행길은 녹녹지 않다.
모처럼 집에서 가까운 산행지를 일찍 출발하게 되니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오클랜드 쪽이 가까워져 올수록 안개를 머금은 약한 이슬비가 살포시 내리는 아침에 운전이 조심스럽다.
안개가 자욱한 동내를 지나 산등성이를 오르니 '호아킨 밀러' 공원을 마주한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여덟 점 반도 되지 않았다.
학창 시절이나 직장생활에서도 일등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일등으로 도착하니 아침 기분이 뿌듯하다.
약한 이슬비가 내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산행을 한다는 것도 행복함으로 다가온다.
이곳은 양궁장이 있어 클럽 회원인 친구와 활을 당기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의 다양한 취미생활에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던 곳을 다시 찾으니 그 친구의 소식이 궁금하다.
산길을 오르면서 그동안 스쳐 지나간 다양한 모습의 얼굴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 중에도 늘 기억나는 분이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특별히 생각나는 많은 사람이 떠오르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나에게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철이 들어가는 것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아직도 세상사 배울 것이 많으니 철이 들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어떤 분의 참으로 겸손, 소탈하고 순수한 글과 대화는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아있게 되어 부러움으로 남아 있다.
다행히도 그런 점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철이 들어가는 과정인듯하다.
뒤돌아보니 내가 산행을 한 지도 십 년이 훨씬 넘었다.
조그만 가게를 일찍 접고 시작한 오랜 산행에서 많은 산악회 회원과 함께한 것은 더 없는 행운이었다.
현재 몸담은 시에라 산악회 회원인 것이 자랑스러우며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시에라 산악회 여러분!
건강하세요.
저 역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과 추억들을 함께 공유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시에라 산악회 회원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건강하시어서 계속하여서 좋은 글도 올려주시고 산행에서도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