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만 해도 '프리스마' 산행지는 선호하는 곳이었는데 세월 따라 몸과 마음의 변화에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건강을 회복한 후에 떠나는 첫 어려운 산행의 도전은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데 더없이 좋다고 위로하며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서둘러야 하는 시간인데도 느긋해지는 행동은 이즈리의 재촉에 주섬주섬 입고서 맥 다방으로 향했다.

일 년 전만 해도 토요일이면 서둘러서 식사하고 산행지를 떠나던 정다운 곳이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드라이브 드루에서 주문한 지가 오래되었다.

창가 옆에 있는 홈리스 피플 요구에 한 푼 주고서 보리 개떡(?) 받아들고 나오는데 한 영감님이 서 있다.

옆에는 쇼핑카트에 잡동사니를 가뜩 싣고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기에 돈을 건네주니 고마움의 표정이 느껴진다.

집으로 오며 그 영감님이 더욱 눈에 밟히는 것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연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은 제각각의 사연으로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길지 않은 여생에 기쁨과 슬픔에 너무 도취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새삼 다져본다.

 

파킹장이 협소하여 서둘러 떠나려 했는데도 예전의 날렵한 행동이 무뎌져서일까. 2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빈자리가 없다.

볼일이 생겨서 조퇴하는 그냥님 자리를 넘겨받았다. 회원점호가 시작되며 27분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리더인 호담님의 훈시를 듣고서 약 8마일의 산행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출발하였다.

건강의 어려움 속에도 호반님과 함께 짝을 이룰 수 있어 좋으며 다른 분들의 건강도 회복되어 함께 하는 산행을 기원한다.

대개 산행을 한다면 오르는 것을 연상하는데, 오늘은 내려가는 가을 산행의 맛을 느껴보기에는 최상의 날이다.

생활하는 주변에 깊은 산속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우리 주변 환경에 기분이 뿌듯해지기도 한다.

내려가며 반환점에 가까이 올수록 되돌아갈 생각을 하니 편치 않은 마음에 걱정도 앞선다.

꼴찌팀으로 내려오니 호담님이 건네준 정성 어린 인삼 주스와 젤리로 원기회복하는 행운도 받았다.

잠시 후, 깊은 지하로 내려온 듯한 산행지에서 모두 모여 귀중한 인증샷으로 한 페이지를 마친다.

 

이제는 가파르고 숨이 차는 기나긴 오르막길의 여정이 기다린다.

산행이 쉬울 때도 있지만, 힘들 때도 있게 마련인데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은 크나큰 위안을 주게 된다.

드디어 쉬엄쉬엄 오르니 여러 회원의 모습이 보인다. 모처럼 화창한 가을날에 함께 한 회원분께 고맙습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시에라 산악회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