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아야 할 은혜
장삼이사에 지나지 않는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에게만 해당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큰 병 진단을 받고보니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
수술실 입구에서 마취 주사를 맞은 기억은 있는데, 수술이 끝났다고 사위가 곁에서 말해준다. 이국만리에 와서 수술과 함께 입원이란 절차를 밟게 되다니. 사위 녀석 출근은 어떻게 하나? 딸도 제 할 일로 바쁠 테고. 다른 주에 있는 아들과 며느리도 보이네. 모두 자기들 일이 있을 텐데. 가능한 지장을 주고 싶지 않다.
내 몸이야 의사와 신께 맡기면 되는데, 내 몸 상태보다는, 성실하게 자기들 할 일하며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짐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단단해 진다. 더구나 평소에 집사람과 나는, 온라인 물품 구매 등 자질구레한 심부름으로 아이들을 얼마나 귀찮게 하나.
일년 여 지난 어느 날, 나은 줄 알았던 병이 전이 우려가 있다고 한다. 정확한 진료를 위한 사전 검사가 필요하단다. 그동안 달리 몸이 좋지 않아서 입원해야 할 때나, 응급실에 갈 때는 아이들이 보호자 역할을 했지만, 반나절 병원 행에는 아이들 도움 없이 해결하고 싶다. 웬만하면 나 혼자 치료받으러 다니지 않는가.
그런데, 반나절 검사로써 마취도 필요하니, 환자의 자가운전은 안되며, 우버 등 영업용 차량 이용도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들에게 태워달라고 하면 되겠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누구에게 부탁할까? 막막하기만 하네. 한인회에 연락해볼까? 아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신세를 지는 것도 싫다. 여가 있으신 분은 안 계실까? 우리 집 근처에 사시면 좋겠는데. 아 참 어렵게 되었네. 쉽지 않네.
그래, 다른 카운티에 사시지만, 이분에게 말씀드려보자. 아니다, 8시까지 병원에 가려면, 우리 집에서는 7시 조금 지나서는 출발해야하는데. 그러면 이 분은 댁에서 몇 시에 . . . . . . 어휴 어렵네. 일단 부탁드려볼까?
아! 기꺼이 허락해주신다. 이른 시간에 댁에서 나오셔서 이곳 미국에서의 해장국 역할인 햄버거와 커피로써 요기하셨나 보다. 병원에서의 과정을 마치고 나오니 점심 무렵이다. 삼계탕이라도 대접하려하니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라고 하신다. 개스비도 사양하시고서.
2주 후, 이번엔 또 다른 과정이 기다린다. 어쩔 수 없이 또 이분에게 부탁드리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웃으시면서 도와주신다. 다시 1주 후, 다른 검사로 또 그런 과정이 똑 같이 진행된다.
검사하러 Los Gatos 에도 가고 Palo Alto 에도 가고, 이렇게 네 번이나 차에 태워서 목적지에 데리고 가서, 적어도 2-3 시간 대기하신 후, 우리 집으로 다시 태워주시기를 웃는 얼굴로 해주신다. 아니, 이게 쉬운 일인가? 나에게 보시해주신 분,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건강한 몸을 되찾아서, 그 큰 사랑에 보답하려는데, 그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게 하지를 못 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산악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이렇게 큰 사랑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커다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무심님.
하루빨리 회복 하셔서 산행에서 자주뵙기를 바라며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