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낌
    2020.06.17 10:32

    패티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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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티김의 이별'

     

    인생살이에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것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한 부분이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분도 있고 생각하기 싫은 사람도 있게 된다.

    엊그제 저녁에는 지인이 보내 준 동영상에 주인공과 일면식이 있기에 안타까움에 더 해 '패티김의 이별'을 찹찹한 마음으로 들었다.

    20대 후반에 직장생활 하던 그 시절은 세상에 부러운 것 없던 총각 시절이라 유행하던 음악감상실을 뻔질나게 들락거릴 때였다.

    그 시절 보았던 길옥윤은 굉장히 내성적이며 술을 좋아하는 분으로 기억된다.

     

    길옥윤은 워낙 내성적이어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대신 자신의 생각을 노래로 만들어 발표하게 했습니다. 이별은 길옥윤의 부부가 별거하고 있을 때 받은 곡이다.

    어느 날 뉴욕에 머물던 길옥윤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패티, 내가 새 곡을 썼는데 들어 볼래요?”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거야"

    길옥윤은 특유의 나지막한 음성으로 이별을 끝까지 불렀다.

    별거 중에도 길옥윤은 패티김을 염두에 두고 계속 곡을 지어 넘겨주곤 했었다.

     

    가사에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통한과 패티김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이혼후 재결합을 원했던 길옥윤이

    이 노래를 1973년에 패티김에게 주었습니다.

    길옥윤이 보내온 악보에는 제목이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로 되어 있었다.

    이에 패티김이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별로 고치면 어떻겠냐’고 길옥윤의 동의를 받아 음반을 발매했다.

    노래가 나오자마자 전국 방방곡곡 온종일 이별노래가 울려 퍼졌고 결과적으로 이혼 곡이 되어 버렸으며

    두 사람은 1973 조선 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공식적으로 이혼을 선언한다.

     

    길옥윤(1927~1995.3.17 68세)이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고국에서

    그리고 20년 후 1994년 패티김의 '이별 콘서트'에서 

    객석에 있는 길옥윤에게 "거 뭐 병 같은 걸 앓고 그러십니까?" 라는 했는데

    많은 감정을 삭혀야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콘서트 후, 엠불런스를 타고 가는 길옥윤을 배웅도 못 하고 분장실에서 혼자 울었다고 한다

    패티김(본명 김혜자 1938년)은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모친의 병환으로 일시 귀국하였습니다.

    168cm의 훤칠한 키에 서구적인 마스크, 그리고 예명까지 패티김이니 사람들은 교포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묻기도 일쑤였습니다.

    이 시절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던 길옥윤도 귀국합니다.

    둘은 외국에서 활동했던 공감대와 국내에 있던 가수들과의 거리감으로 점차 가까워지고 음악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길옥윤이 노래 하나를 들려줍니다. "4월이 가면"이란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들은 패티김은 '이 남자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길옥윤은 너무나 내성적인 성격이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지 못합니다.

    그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만들어 가수에게 전했는데, 패티김은 이 노래를 딱 한 번 듣고는 길옥윤의 생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패티김이 먼저 "결혼하자."고 청혼합니다.

    아니 길옥윤이 노래로 먼저 청혼을 했고, 패티김이 말로서 회답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길옥윤과 패티김이 함께한 노래는 어쩌면 로맨티스트였던 길옥윤과 패티김이라는 두 사람의 대화방식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대화방식이 아직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있으니, 참 고상한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ㅇ----------------------------------------------

     

    -- epilogue--

     

    한국 최고의 가수와 작곡가의 5년여간의 사랑, 이별, 아쉬움을 진하게 느껴보게 됩니다.

    동영상의 body language, "이별" 가사와 함께 슬픔을 삭이며 부른 얼굴 모습이 감동의 여운을 느끼게 합니다.

     

    https://youtu.be/wDlyXZBLk_Y 

     
    • profile
      호담 2020.06.17 11:00
      무심님 덕분에 오랜만에 패티김 선생님 노래를 들었네요. 그것도 길옥윤 선생님 돌아가시기 몇달전에 특별히 마련한 무대에서 부르시는 "이별"이란 노래를요. 이 노래에 그런 사연들이 있었군요. 사연을 알고 들으니 더욱 감동이 있습니다.
      이렇게 알고 들으면 같은 노래가 다르게 들립니다.
      이렇게 평범할 수 있는 오늘 하루가 무심님의 글로 인해 달라집니다.

      마음 담으신 글들 계속 기대합니다. 유튜브 영상 참 잘 올리셨어요 :)
    • ?
      musim 2020.06.17 11:03
      호담님 덕분에 쉽게 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
      산지기 2020.06.17 20:50
      다른 트롯가수들과 달리 우화함과 가볍게 볼수없는 음악성이 돋보였던 그녀에게도 화려함만 있었던게 아니군요 이런 시기에 무심님글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 ?
      musim 2020.06.18 07:40

      산지기님,

       

      회원들의 연령대가 다양하기에 글 올리기가 망설여졌지만 답답한 시기에 재미로 생각하니 좋습니다.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최고의 가수가 부른  애절한 노래에 취해서 남녀 간에 헤어짐이 유행(?)하였던 시절이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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