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眼科), Dr. 다나카

 

일 년 후에 다시 오라는 그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다 유월 중순이 되어오니 부담이 되어 늘 빚진 생활이 된다.

그때는 내가 자기의 마지막 진료가 될 것이며 꼭 와서 눈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도 세월을 비켜갈 수 없으니 은퇴 연령인 올해에는 62세가 된다.

먼저 나의 내과의는 66세에 은퇴를 했는데 당신은 의사로 조금 이르지 않으냐고 했더니, 

병원근무가 끝나면 학교에 가서 가르켜야 하는 생활에 많이 피곤하다고 했다.

은퇴 후에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하니까 "잠을 실컷 잘 거야" 한다.

잠시 그때를 회상하다 전화를 눌렀다. 안내양은 그 의사는 지금 휴가 중이고 곧 은퇴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기다리는 중에 의사가 바뀌지 않았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휴가 후 내가 마지막 손님으로 선택되었다.

 

 

병원 가는 날이다. 손톱 밑에 쪼그만 솜털 같은 가시만 박혀도 재수가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헤드 라이트' 검사라니 걱정스러운 마음을 앉고 출발이다.

대게 나이가 들어서는 병원 가까이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데 집에서 십오 분 거리이니 잠시 마음이 편해진다.

예전같이 25불 지불하고 진료실로 가는 줄 알았는데 중간에 35불을 더 받는다. 검진료란다.

아니 예전에 없던 것을 더 받는다. 처음 받았던 기록 종이를 살펴보니 분명 '메디케어'라고 적혀있다.

불필요한 말은 삼가고 공손히 지불하고 현미경 같은 것에 눈을 대고 하라는 대로했더니 '오케이'란다.

다음 순서인 자그마한 독방에서 마음을 조용히 하는 시간이다. 아! 빨리빨리 좀 오시지 내가 한국사람인 것을 알 텐데...

 

 

이십 여분이 지났을 때 반갑게 들어선다. 안과 의사들은 거의 안경을 썼는데 이 분도 예외는 아니다.

대개는 사무적인 진료로 끝나고는 하는데 이 분은 같은 아시안이라 그런지 한국, 한글의 우수성, '김정은' 이야기 등

박식한 지식으로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며 자연히 친근해졌다.

자연히 은퇴 후의 이야기를 하다가 요즈음 어떻게 지내느냐고 내게 묻는다.

간혹 캠핑도 가고 주말에는 산행한다고 했다. '마운틴 디아블로'에 가봤느냐고 묻는다. 

너, 댓번 갔다고 하자 자기는 토요일에 자전거 타고 오른다고 한다.

내일은 상당히 더울 텐데 괜찮으냐고 하니 자기는 더운 것을 즐긴다고 하며 굉장히 '익사이팅'하게 말한다. 

짧은 시간에 잡담만 할 수는 없기에 진료로 들어간다.

모든 것이 나의 나이에는 정상이란다. ‘백내장’ 수술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하니 나의 눈에 고맙다.

헤어질 시간에 다른 때와 달리 나가는 문까지 와서 내게 손을 내민다 '건강히 지내라고...'

나 역시 손을 내밀어 또 한 번 악수를 하였다. 건강과 행운을 빈다고...

빌딩을 나서니 초여름의 햇빛이 나의 마음을 더욱 따듯하게 비춘다.

사회생활이란 결국에는 잊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