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2020.04.18 23:38

    짜배기 마스크

    조회 수 62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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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배기 마스크

     

    오늘도 반갑고 찹찹한 마음이 드는 토요일을 맞았다.

    엊그제 심었던 화초도 궁금하여 점심 후 물 한 병 차고 산책을 나섰다.

    어제는 500ml 들고 갔는데 강한 햇볕 탓인지 생쥐 오줌 정도로 생각되어 오늘은 liter를 들었다.

    가는 중간에 핸드폰이 울렸는데 알림 소리가 다르다. 카톡이 아니고 메시지인 듯한데 대개 하찮은 것이고 운이 좋으면 

    막내딸의 소식을 받게 된다.

     

    화단에서 물 한 병 뿌려주다 옆을 보니 다른 화초의 꽃잎도 물 달라고 윙크 짓을 하는데 

    제일 힘들어하는 녀석에게 부어주고 왔다. 화초에 대해서 모르지만, 선택을 잘해서 햇볕에 강하고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녀석을

    고르면 좋았을 텐데...

    어느 녀석은 뿜어내는 꽃향기와 자태는 좋은데 오래가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함께 살아가는 인간사와 맥이 닿아 있는 듯하다.

    집에 도착해서 메시지를 보니 이렇게 적혀있고 보낸 이는 옆집 주인인  60대 초반의 대만인이다.

    "Do you need facial mask? l have and can give you for free." 답신을 보냈다.

    "Yes, please! Thank You." 잠시 후" At your door now"문을 여니 비닐 백이 걸려 있었다. 열어 보니 좋은 마스크가 담겨 있다.

    그분은 자영업을 하기에 자주 만나게 되지는 않았는데 같이 늙어가는 이웃집을 생각해 주니 고마웠다.

     

    요즈음은 '딜리버리 맨'도 초인종과 문손잡이는 만지지 않고 그냥 앞에 놓고 가는 코로나-19 세상이다. 

    오기 전에 김과 즐겨 먹는 콘칩을 주려고 백에 준비한 것이 숙제로 남았다.

    잠시 후 나도 그 친구가 한대로 살금살금 가서 백을 손잡이에 걸어 놓고 왔다.

    나는 고국 서울에서 자랄 때에 중국 사람들이 많은 동내에서 자랐다.

    그때는 주위에 있는 그분들의 가게는 중국음식점과 양화점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 집골목 안에는 중국 사람들이 꽤 살아서 자연스럽게 친구도 생겼다. 그 녀석 이름은 '천중'이며 가끔 어울리던 생각이 난다.

    하루는 할머니가 천중이네 떡 심부름을 시켜서 천중이 엄마를 만났다.

    전해주고 그릇을 기다리는데 한참 동안 소식이 없더니 그릇에 수북이 쌓인 땅콩을 갖고 나와서 할머니에게 전 하라 하였다.

    열 살쯤 되었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소득이 높아진 지금이야 돼지고기가 으뜸이겠지만,  중국인들은 추운 지방이 많아서 땅콩을 늘 포대에 담아서

    집안에 비상식량으로 비축하는 시절인 듯했다.

     

    삼 년 전 앞에 사는 홍콩인 집에 대낮에 도둑이 들었다.

    자기 부인에게 조그만 도움을 주었을 뿐인데 우리가 늘 먹는 샘 베이 과자를 갖고 남편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란 말을 하고 갔으니 나는 여러 번 중국인 관습을 알게 되었다.

    나의 세대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던 가난한 시대를 지나왔다. 

    코로나 세상에 공짜배기 귀한 마스크를 얻다니... 나이 들면 어린애 된다고 옛 생각에 횡재한 느낌이다. 

    오늘 토요산행은 못 했지만, 이웃사촌이란 말이 느껴지는 토요일이었다. 

     

     회원 여러분! 건강하세요~~^^

      

          

    • profile
      cali 2020.05.02 08:40
      요즘에 공짜 마스크라니요. 분명 횡재하신것 맞습니다 ^^
      이웃분이랑 주거니 받거니 따뜻합니다.
    • ?
      musim 2020.05.02 18:39

      cali님,

       

      마스크가 동이 날줄은 생각 못 했는데, 필요한 때에 받게 되어 고맙게 생각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에 직장생활에 힘내시고, 집안 내 건강과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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