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와 맥카페 영감님
맥카페에서 마지막 아침을 든 것이 벌써 한 달이 되어 간다.
비교적 붐비지 않은 곳에 있고 오래되어 remodel 해 놓은 아담한 곳이다.
이곳이 친근감을 느끼는 데는 자녀가 부근에 있는 유치원을 다녔을 때 선생님의 안내로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곧잘 자랑해서인 듯싶다. 예전에는 앞길이 주된 도로이기에 붐볐으나 지금은 고속도로에 밀려 차량 통행이 적은 곳이다.
은퇴 후에는 주말만이라도 삼식이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읽을거리를 갖고 두어 시간 머물다 오는 단골이 되었다.
여러 해 동안 많은 사람과 어울리며 편안한 아침 시간을 즐겼다. 이곳에서는 30분 이상 머물지 말라는 사인이 없어서 좋고
직원들의 친절함에 기분이 좋다. 오랫동안 주말에 만나는 손님 중에는 연세가 97세 되신 혼자 생활하는 '씨서' 할아버지가 있다.
나의 출근 시간보다 조금 늦은 8시 30분이면 두 사람만 앉게 되는 스포츠카를 타고 창가에 주차해서 핸디캡 사인을 걸어놓고 내린다.
약간 불편한 발을 지팡이에 의존하고 다른 손에는 신문 한 뭉치가 들려있다.
자동차는 자동이 아닌 수동식이어서 그 연세에 두 손과 두 발을 움직여 운전해야 하는데 경이롭기까지 한 분이다.
각각의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모습이 다르겠지만, 이분을 만나면 마음이 푸근 해지고 경륜이 많은 지혜와 후덕함을 풍기는 멋이 느껴진다.
우아하고 기품이 있는 그 할아버지 뵙는 것도 큰 소득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였다.
나는 2호실에 거주하는 집사람이 식사를 챙겨 준다지만, '씨서' 할아버지는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된다.
식당은 전부 닫아서 아침나절의 편안한 쉼터가 없어졌으니 나보다 더 불편하시겠다. 젊을 때는 마냥 젊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노인들의 다른 면도 보게 되니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가 싶다.
혼자서 산다는 것, 더욱이 나이 많이 들고 몸이 불편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이겠나.
그러나 우리 '씨서' 할아버지는 그 연세에 상상도 못 할 생활을 혼자서 훌륭히 하고 계신다.
무릇 일상이란,
그 자체가 행복이고 자유스러움인 것을 실천하는 '씨서' 할아버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
그러게요. 코로나 땜에 무심님의 아지트가 없어졌네요. 스포츠카 할아버지도 궁금하지만 홈리스부부도 궁금하네요.
글제목이 삼식이라 얼른 봤는데 세끼를 집에서 다 먹는다해서 삼식이군요.
사진쪽에서는 삼식이가 30mm Sigma 렌즈를 말 합니다 ㅎㅎ
저도 재택근무라서 집에서 밥을 먹는데 요즘 운동량이 부족해서 두끼만 먹으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