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스포츠카

 

주말 아침에 가는 '맥카페'에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노인이 혼자서 푸짐한 식사를 한다.

그는 늘 같은 시간에 조그만 2인승 스포츠카를 타고 와서 주말 신문 뭉치와 오랜 시간 머물다 간다.

오랫동안 마주하다 보니 그에게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은 아마도 나이 들어가며 세월을 함께하는 동지애를 느껴서일듯싶다.

'굿 모닝'이라는 일상적 인사 외에는 아직 이름도 모르는데 늘 궁금한 점이 있다면 그분의 연세이다.

타인의 나이를 불쑥 물어보는 것이 대단한 실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새해 첫날에 물어보기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한국에서는 새해가 되면 누구나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말했다."

나는 어제보다 늙어진 듯한데 당신은 더 젊어졌다고 하니 자기도 이제는 95살이라며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궁금했던 점이 풀리는 순간이다. 갑자기 그분의 황당한 말은 80대 초반으로 생각했던 나를 놀라게 했다.

그 연세에 스포츠카를 운전하며 다니시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분의 커피와 식사량은 나의 두 배 이상이 되며 두 세시간의 신문 보기는 치매가 들어올 수 없는 듯 건강한 모습이다.

흔히들 배우자가 저세상으로 먼저 간다면 남편은 그리 머지않은 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모범으로 살아가는 분과 만나게 됨을 감사히 생각한다.

부모님은 차치하더라도,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항상 떠나신 다음에야 더욱더 그리운 것은 왜일까.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며 앞만 보고 걸어온 지금도 예전의 만남이 생각나는 것은 따듯한 과거와 소중했던 인연에 대해 감사함 때문이다.

현재의 순간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 것이다.

그분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 갈지는 모른다.

근사하게 나이  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노인의 인자하고 평안한 모습을 보며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

 

시에라 산악회 회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욱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