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2019.09.07 21:11

    어느 분께!

    조회 수 231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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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분께!

    오늘 산행에 잘 다녀왔습니다.
    오늘 아침 '맥카페'에서입니다. 요즈음은 직원 난으로 인해 바쁜 일손 틈에 어떤 사람과 '크림'을 얻으려고 오랫동안 기다렸지요. 
    기다리다 그분은 제자리로 가고 넉넉한 시간을 가진 나는 조금 더 기다렸습니다. 직원은 틈을 내서 뒤편 냉장고에 가서 꺼내오기까지 
    더 기다린 덕분에 드디어 4개를 집어서 조금 전 그분에게 크림 2개와 빨대를 갖다주었습니다. 입이 귀에 걸린 그분의 고맙다는 말은 나에게는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의 조그만 행동이 그에게도 기분 좋은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따라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마음까지도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산행이었습니다. 
    제일 먼 곳에서 참가하는 '산야'님부터  산행지 아랫동네에 사는 본인까지 28분이 함께 했지요. 
    여름인지 가을인지 애매한 날에 운무(雲霧)가 자욱한 산등성을 오르며 간간이 잎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촉촉이 젖어진 낙엽을 밟으니 
    오늘따라 차분하고 감성적인 마음이 휘감긴 산행이었습니다. 회장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호루라기를 목에 거니 호랑이가 와도 떡 대신 
    무조건 물리칠 수가 있는 든든한 산행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함께한 산행의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만난 '피카'님 을 비롯해서 
    여러 회원과의 토요 산행은 뜻깊은 주말로 이어지는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우리 동네 산책길 옆에는 분명 시청에서 심어놓지 않은 여러 해바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제법 자라난 해바라기와  꽃들을 심어 놓았지요. 생각건대, 그 동네 어느 분이 자진해서 동네의 환경조성을 하는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 T "자로 이어진 길이기에 누구나 집에서 출발하면 해바라기를 향해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지나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어느 저녁 날 그곳을 산책하면서 나이 지긋한 분이 서로 어긋난 해바라기를 고추 세우며 화단을 가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산책과 출퇴근하는 주민들은 그분 덕에 보기 드문 여러 해바라기의 해맑은 인사를 받으며 다니고 있습니다. 
    즐거움을 만들어 준 분에게 존경과 '고맙습니다'는 말을 전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자세히 살펴보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분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난생처음 유람선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이른 아침 식사하러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어 문이 열렸습니다. 
    서너 사람이 안에 있었는데 70대인듯한 여자분이 반갑게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굿-모닝하고 답했지만, 그분이 내가 일본사람이겠다는 몇 초간의 생각도 없이 나온 인사였습니다. 
    참으로 인상 깊은 그 여자분의 인사는 지금까지도 종종 좋은 이미지로 떠 오릅니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좋은것을 보고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흐린 날씨에 울적한 마음을 두서없는 글로 끄적끄적해 보았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PS  호담님이 보내준 호루라기로 산 사자에게 백전백승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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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포 2019.09.09 15:20
      3년 남짓 다닌 직장을 종지부를 찍을 요즘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기억도 많지만 간혹 사람으로 상처 받은 안좋은 기억도 있기에 헤어짐을 앞두고 있자니 그런 그들의 행동과 말도 조금 이해가 되려하네
      요. 그 당시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구요
      한발짝 뒤로 물러나 차근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것들이 그때는 나에게 생채기가 되었으니
      참 마음의 여유가 없었음 듯 합니다.
      그러기에 그런 무심님의 긍정적인 마음과 눈과 배려심으로 세상을 대하시는 자세가 존경스럽습니다
      일상속의 작은 이야기지만 함께 공유해주시고 울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musim 2019.09.09 19:59
      막내에게!

      함께 산행했던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막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히포님 입니다.
      잊을 만하면 받아보는 님의 글 속에서 짠한 여운을 느끼는 것은 부단히 적응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3년의 직장생활이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그간의 좋은 추억과 생각하기 싫은 추억도 그로 인해 지금의 히포님을 
      만들어준 성숙 하고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막내의 좋은 글 반가웠습니다.
       
      낭군님과 늘 건강하세요!!


    • profile
      bear 2019.09.09 22:57
      우리에게는 늘부족한 부분이 크게 보일때가 있지요.때로는 일상의 조그만한 조각들이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게 맞추어 주는 경우도 종종 우리의 주변에서 경험하게 되지요.
      오늘 두분의 글을보며 많은 일들 가운데서도 인생의 중심을 잡아가는 여유로움을 봅니다.
      저도 열심히 따라가려 합니다. 기우뚱! 하지 아니하고.
      산행의 만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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