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2019.04.20 13:38

    맥다방과 홈리스

    조회 수 130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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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다방과 홈리스


    느지막하게 눈을 떠 시간을 보니 맥다방에 가기 적당한 시간이다. 주섬주섬 읽을거리 챙겨서 따듯한 온기를 느끼며 들어섰다. 
    다행히 구석진 나의 단골 자리가 비어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언제나 지갑에서 꺼낸 나만의 Recipe를 건네주고 잠시 후 커피와 보리 개떡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아! 이 순간이 내게는 행복한 시간이다. 따듯한 커피와 푹신한 의자, 더욱이 서민들 틈에 끼어 있는 것이 너무나 좋다. 

    이곳은 일주일에 한두 번 와서 두 세시간 머물다 가는 편안한 장소이다. 책을 보고 있는데 잠시 후 시끄러운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아침이면 만나는 
    홈리스 부부의 목소리다. 60 초반은 될 듯싶은 그들은 한결같이 같은 시간에 와서 커피와 조반을 먹고 가는 이곳의 단골이다. 
    남자는 늘 카트를 끌고 오는데 그 안에는 온갖 쓸모없는 잡동사니를 잔뜩 싣고 다닌다. 손님에게 귀찮게 군 적을 본 적은 없고 남자의 크렁크렁한 
    기침 소리만이 그 부부가 왔다는 신호를 보내곤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소란스러운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별것 아닌 아주 단순한 외침에 매장 안이 떠나갈 듯하다. 여자의 I need a coffee! I need a coffee! 를 외쳐 대고 남자는 I don't have money! 로 계속 
    응수한다. 귀에 너무 거슬려서 카운터 점원에게 일불을 주며 누구라 말하지 말고 얼른 커피 갖다주라고 하며 자리에 돌아왔다. 
    1불로 인해 그 남자의 자존감(自尊感)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언제나 그랬듯이 다음에는 커피값을 들고 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광경은 
    한국의 60년대 보릿고개 시절에, 자녀들이 돈 없는 부모에게 등록금 재촉이나 필요한 용돈을 달라고 떼쓰는 모습이 오버랩 되어 잠시 슬퍼졌다. 
    아니 나 역시도 가난한 시절에 부모의 공허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가슴에 상처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고 누군가의 귀한 자녀였을 것이다. 
    어쩌다 홈리스가 되었고 늘 한결같이 함께 다니며 의지했는데, 공교롭게도 '굿 프라이데이' 날 아내의 커피값이 없어 의기소침했을 
    남편인지도 모른다. 부디 그 부부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 profile
      별이 2019.04.21 10:12
      역시 무심님이시네요~~^^
      무심님의 따스한 마음이 그 부부에게 온전히 잘 전해졌을거에요~~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있는 무심님의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우리네 사는 모습들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네요~~
      감사합니다~~^^ 무심님
    • profile
      가리 2019.04.21 17:43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삶의 모습입니다^^*
    • ?
      musim 2019.04.21 21:06
      일요일 저녁에 인사 드립니다.
      회원 9명이 열 두시간 운전하여 ‘아리조나’ 모텔에 도착 하였습니다. 약 2주 후에 뵙겠습니다.

      happy Easter!!
      솔이, 봉이, 한솔, 선이, 안나, 수아, 보스톤, 이즈리
      무심.
    • profile
      호담 2019.04.22 08:29

      왜 지난주 산행에 잠잠하신가 했더니 요기들 다 계셨네요.

      12시간 운전...
      참 긴 시간. 하지만 앞으로 2주간 다닐걸 생각하면 참 짦은 시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즐거운 시간이네요.
      9분이니 1대로는 못가고 2대로 나누어 봅니다 (존칭생략)
      1호차: 봉이, 선이, 솔이, 수아, 안나
      2호차: 한솔, 보스톤, 무심, 이즈리
      이렇게 좀 다니다가 이렇게도 바꿔 타보세요. 동성끼리 다니면 엄청 재밌어요 :)
      1호차: 봉이, 솔이, 한솔, 무심
      2호차: 선이, 수아, 안나, 보스톤, 이즈리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다니시다가 홈리스도 태워주고 히치하이킹하는 사람들도 태워 주세요.

      여자 홈리스는 1호차. 남자 홈리스는 2호차 :))

    • profile
      호담 2019.04.22 08:42
      아내의 I need a coffee 라는 말에 왜 남편이 I don't have money 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그럴 필요가 없구나 하고 배웁니다.
      싸울 필요 없이 그냥 아무에게나 가서 My wife says she needs a coffee 라고 말하고 가만 있으면 될 일인데요.
      그럼 그사람도 나보고 어쩌라고 하지말고 그냥 옆사람에게 He says his wife says she needs a coffee. 이렇게 계속 전달하다 보면 무심님께 까지 전달되고 무심님이 카운터에 가서 I hear someone needs a coffee and here's the money 하고 다 해결됬을텐데요.
      아무튼 일요일 아침 커피 마시고 싶은데 돈이 없으신 분들 무심님의 아지트로 가세요. 저도 이 Good News를 여기저기 전하겠습니다. 여행중이시니 이번주말은 빼고요 :))
    • profile
      호담 2019.05.12 14:30 Files첨부 (2)

      Happy Mother's Day!!!


      이 홈리스 부부를 드디어 봤습니다.

      무심님의 소원대로 이 홈리스 부부에게 그동안 좋은 일만 가득했나 봐요.

      오늘 아침의 이 부부의 모습은 평온하고 다정해 보였습니다. 당당하게 돈을 내고 브렉퍼스트 밀을 사서 사이좋게 먹었습니다.

      천천히 먹는 아내의 모습을 남편은 끝까지 사랑스럽게 바라 보았구요. 

      저도 지켜보면서 바로 이런거구나. 이렇게 살면 되는구나 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무심님의 아지트. 참 포근하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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