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다방과 홈리스
느지막하게 눈을 떠 시간을 보니 맥다방에 가기 적당한 시간이다. 주섬주섬 읽을거리 챙겨서 따듯한 온기를 느끼며 들어섰다.
다행히 구석진 나의 단골 자리가 비어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언제나 지갑에서 꺼낸 나만의 Recipe를 건네주고 잠시 후 커피와 보리 개떡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아! 이 순간이 내게는 행복한 시간이다. 따듯한 커피와 푹신한 의자, 더욱이 서민들 틈에 끼어 있는 것이 너무나 좋다.
이곳은 일주일에 한두 번 와서 두 세시간 머물다 가는 편안한 장소이다. 책을 보고 있는데 잠시 후 시끄러운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아침이면 만나는
홈리스 부부의 목소리다. 60 초반은 될 듯싶은 그들은 한결같이 같은 시간에 와서 커피와 조반을 먹고 가는 이곳의 단골이다.
남자는 늘 카트를 끌고 오는데 그 안에는 온갖 쓸모없는 잡동사니를 잔뜩 싣고 다닌다. 손님에게 귀찮게 군 적을 본 적은 없고 남자의 크렁크렁한
기침 소리만이 그 부부가 왔다는 신호를 보내곤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소란스러운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별것 아닌 아주 단순한 외침에 매장 안이 떠나갈 듯하다. 여자의 I need a coffee! I need a coffee! 를 외쳐 대고 남자는 I don't have money! 로 계속
응수한다. 귀에 너무 거슬려서 카운터 점원에게 일불을 주며 누구라 말하지 말고 얼른 커피 갖다주라고 하며 자리에 돌아왔다.
1불로 인해 그 남자의 자존감(自尊感)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언제나 그랬듯이 다음에는 커피값을 들고 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광경은
한국의 60년대 보릿고개 시절에, 자녀들이 돈 없는 부모에게 등록금 재촉이나 필요한 용돈을 달라고 떼쓰는 모습이 오버랩 되어 잠시 슬퍼졌다.
아니 나 역시도 가난한 시절에 부모의 공허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가슴에 상처를 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났고 누군가의 귀한 자녀였을 것이다.
어쩌다 홈리스가 되었고 늘 한결같이 함께 다니며 의지했는데, 공교롭게도 '굿 프라이데이' 날 아내의 커피값이 없어 의기소침했을
남편인지도 모른다. 부디 그 부부에게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무심님의 따스한 마음이 그 부부에게 온전히 잘 전해졌을거에요~~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있는 무심님의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우리네 사는 모습들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네요~~
감사합니다~~^^ 무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