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2019.02.19 21:10

    모멸감을 준 구두와 넥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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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멸감을 준 구두와 넥타이



    가끔 생각나는 그때의 일은 황당하고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하는 지인의 안타까운 부음을 듣고 장례식장에 가는 날이기에 옷차림을 마무리하고 답답한 신발장에서 십 년쯤 독수공방하던 구두를 꺼냈다. 
    신지를 않아서 상태는 새 구두와 별 차이 없고 더욱이 한동안 유행하던 키높이 구두라 손질을 안 해도 반짝이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 구두는 오래전에 형님이 신고 온 것을 형제간에 크기도 맞으니 내게 주어서 그 후에 두어 번밖에 신은 기억이 없다.
    더욱이 구두라고는 두 켤레가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헝겊으로 쓱 문지르니 기다렸다는 듯이 반짝이는 모습으로 답한다.

    장례식장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서둘러 함께 가기로 한 장소에 앞 좌석에 앉아 편히 떠났다. 
    어쩌다 내 구두를 보게 되었는데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뒷 굽 옆에 구멍이 생겨서 포도보다 훨씬 작은 
    '머루' 크기의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온다. 키높이 구두이기에 뒷 굽이 훨씬 큰 녀석이 발을 조금만 움직여도 계속 나올 태세이니 
    이런 걸 보고 '앞발 뒷발 다 들었다'고 해야 하는가 보다.

    엄숙한 장례식장 가는 길에 불안하고 초조함을 누르고 들어섰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깨끗한 양탄자를 보니 주눅이 들어온다. 
    자 이제부터는 최소한으로 걸어야 하고 절대로 구두는 쳐다보지 말 것과 표정 관리를 하기로 주문을 걸면서 조심조심 
    걸어 벽에 기대어 마지막쯤에 입장하려 했다. 

    그래도 나의 눈은 나의 발자취를 보게 되고 거기에는 '까만 머루 송이'들이 얄미운 회심의 미소를 보내온다. 
    더운 날씨와 답답한 마음에 목에 걸린 넥타이를 주머니에 넣고 왔는데 이제 곧 입장할 시간이라 화장실에 가서 황급히 메어본다. 
    어떤 때는 거울을 보면서 잘도 메는데 오늘은 여러 번 시도했으나 되지를 않는다. 

    이런 날은 거울이 없으면 금방 매기도 해서 뒤돌아서 해 봐도 안 되니 오늘은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넥타이까지 뒤죽박죽이다. 
    포기하고 화장실 문을 삐죽이 밀어보니 가까운 곳에 지인이 서 있다. 
    안으로 황급히 끌어들여서 그분의 도움으로 단정히 걸치고 조심스레 입장했다. 
    그때 심정은 곧 새 구두를 사리라 마음먹었는데 아직도 그대로이니 예전부터 옷차림새나 신발에 털털하고 게으른 성격은 천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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