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산행길의 단상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이지만 다녀오면 뿌듯한 산행을 한 듯 느껴지는 곳이다.
숲, 나무, 공기, 산골짜기를 흐르는 개울 물소리는 언제 찾아도 다른 세계에 온 듯했다.
이왕이면 여러 혜택을 체험하는 곳을 택해서 집사람과 오랜만에 떠나는 산행길이다.
프리웨이 길을 30분 지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가파른 꼬부랑 산길을 가는 풍경이 새롭다.
가는 길은 두 차선이기 때문에 육중한 트럭이나 거북이 운전이라 생각하면 차선을 바꾸게 되는
급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길 이기도 하다.
30여 년 전, 바쁜 생활 속에 가끔 아이들과 함께 관광지 Santa Cruz Beach Boardwalk'를 가던 추억의 길이다.
안쓰러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즐거운 산행길이 되었다.
연말이 되면 종종 가족과 함께했던 추억을 꺼내 보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고 때로는 행복하였고 때로는 바보스러운 삶을
살았던 듯싶기도 하다. 그러나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이 반복되는 삶의 연속이라 생각하며 지금도 건강히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주차시설이 넉넉지 않은 이곳은 오늘따라 더 많은 차로 붐비니 차가운 날 산행의 묘미도 있는 듯싶다.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바깥 도로에 어렵사리 주차 자리를 찾았다. 산행 출발 후 내리막길을 걷는데 갑자기
차가운 냉기가 얼굴을 스쳐서 장갑과 잠바를 더 걸치고 바삐 걷게 된다.
30분쯤 걷다가 좁고 짧은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출발하면서 정겹게 들리던 산골짜기에서내려오는 개울물 소리가 점점 더 거세게 들려온다.
바스락 소리가 날 것만 같던 낙엽들이 축축이 젖어가며 혼자가 외로운 듯 서로 부둥켜안고 헝클어져 있다.
여름철에 들리는 개울 물소리는 젊었던 연애 시절의 다정한 사랑의 속삭임으로 들려왔고, 차가운 날씨에 산 계곡 바위를
휘감아 흐르는 겨울철의 물소리는 청량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 같기도 하다.
흘러가는 물처럼 잡을 수 없이 지나가는 야속한 세월이 어느새 또 새로운 한 해의 선물 상자를 우리에게 전해 주려고 한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선물 상자에는 모든 사람에게 “건강, 사랑, 행복”이 가득 차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며
걷는 연말 산행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Pescadero creek 가는 산행 길이 이즈리 무심님의 가족들에게는 이민 생활의
애환과 추억이 서려있는 특별한 길 이었군요.
두분 가정의 선물 상자에도 "건강,사랑,행복,"과 더불어 늘 기쁨이 가득 차 있는
희망의 한해가 되기를 기원 드립니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