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인들의 삶
3주 동안의 고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거리에서 마주하게 되는 많은 사람 중에 유독 눈길이 가는 노인들의 삶을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나 역시 나이가 들어서일 듯싶다.
예전과 달리 택시기사는 거의 60, 70대분이고 목적지 주소를 핸드폰에 입력시키는 것이 익숙지 않아 때로는 차를 멈춘 후에 하려니
손님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한국에도 '우보'(Uber)가 들어오게 되면 나이 들어 어렵사리 잡은 운전대를 놓을까 걱정이라고도 한다.
지하철 근처에는 소일거리라 하면 다행이겠지만 푸성귀를 다듬어가며 온종일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
한쪽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를 쪄내고 군밤도 손님을 기다린다. 숙소를 떠나 걷는 길에서 가난에 내몰린 노인의 힘겨운
생활을 보며 지나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하루는 집사람과 큰 도로 길을 향하여 가고 있었는데 폐지를 잔뜩 실은 손수레에서 상자가 떨어져 허둥대는 허리 굽은 할머니를 보게 되었다.
그 많은 상자를 엉성하게 묶어서 끌고 가다 사달이 난 것이다. 우리는 주섬주섬 집어서 올려놓으려는데 처음부터 부실하게 쌓아 올린 곳에
끼워 넣기도 쉽지가 않다. 가느다란 고무줄로 엉성하게 둘러 매인 '노하우'를 짐작 못 하니 마음만 급해진다.
앞에서 들려오는 할머니의 핀잔을 들어가며 어렵사리 묶어 놓고 떠나려 할 때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니 기분이 좋다.
손수레 뒤에는 뒤따르던 봉고 트럭이 멈추어 있었는데 오랜 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엉성한 도움을 마치고 가는 길에 '남양 유업'이라고 적힌
트럭의 창문이 열리며 운전기사가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고 우리에게 전한다.
출근시간대에 일어난 일이며 그 운전기사도 바빴을 텐데 서투른 도움에 오랜 시간으로 답답했을 트럭 기사의 고맙다는 말이
오랫동안 귓전에 맴돌았다. 잊을 만하면 갑질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가운데서도 '을' 편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 생각하게 되는 기분 좋은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