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이겠지만 어떤 분은 냉면 먹으러 L.A를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다.
그만큼 음식 문화가 고국 못지 않다는 말인 듯싶다. 하기야 이곳 '실리콘밸리'는 명성만 자자 했지 식당은 가격과 비교하면 불만족스럽다.
그래서인지 L.A 연고가 있는 분들은 동네 '마실'가듯 수시로 다니며, 먹고 마시며 한 보따리를 싸들고 돌아온다.
일가친척 없이 한 가정을 이룬 나는 그런 면에서 어떤 때는 부럽기도 하고 어떤 때는 홀가분 하기도 하다.
이번에는 반가운(?) 엘러지 덕분에 사반세기(四半世紀) 만에 산님과 이박삼일을 다녀왔다.
햇님/달님 부부의 치료성과가 좋다는 안내를 받고 월요일 오전에 출발이다.
목적은 치료 여행이 되겠지만, 오랜만의 L.A 여행이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소 도살장 부근을 지날 때는 흐릿해 져 오는 날씨에 악취가 심하다.
창밖을 내다보니 아는지 모르는지 수백 마리의 소들이 한가롭게 뛰어논다는 표현도 옳겠다.
한편으로는 가까워지는 죽음의 시간에 동료들과 애처로운 시간을 보내는듯 싶어 측은한 생각이 든다.
소나 돼지처럼 지능이 있는 동물들은 도살장에 끌려 들어갈 때, 자기 죽음을 금세 알아차린다고 한다.
남이 시키는 일을 마지못해 할 때 "도살장에 끌려가듯" 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자비로운 도축장은 소들이 일렬로 도살장으로 따라 들어갈 때 앞 소의 엉덩이밖에 볼 수 없게 하고,
마지막 순간에 소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발이 땅에서 떨어지게끔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에이고! 저 소들도 "인도"에서 태어났다면 일평생 금수저를 물고 생활할 텐데...
시간 반 남겨놓고 산마루턱에서는 큰 빗방울을 만들며 차창에 부딪친다.
'와이퍼'는 열심히 움직이며 그동안 불편했던 것은 이 고개 넘기 전에 다 지우라고 열심히 움직인다.
얼마후 햇빛이 마중을 나왔다. 아! L.A에 진입하여간다.
명성에 걸맞게도 하늘은 뿌옇고, 교통혼잡으로 인해 이곳 동포들의 삶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생각해 보았다.
공기, 주차문제, 트래픽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란 것을 이곳에 와서 새삼 고맙게 생각된다.
드디어 '꼬레아' 타운에 진입하고 친구분 Mrs.최와 함께 '초막'식당에서 꽁보리 열무 비빔밥에 막걸리와 함께 첫 식사에 테이프를 끊었다.
과연 이곳은 뭔가 보여주는 맛이 없으면 장사가 안되는 곳에 잠시라도 여행하러 오길 잘했다.
상냥하고 곰실 곰실 이야기도 잘하는 Mrs.최와 함께 어둠이 오기 전에 찜질방으로 향했다.
그 동네에 사는 연고로 모아 놓은 쿠폰으로 우리 둘은 공짜다. 산님 부부는 때가 많아서(?)인지 돈 더 주고 '빡빡이'님 한테 몸을 맡겼다.
한국에 갔었을 때는 친구와 난생처음 찜질방에 가서 '목간' 만하고 이 층에서 눕지를 못해서 궁금했는데,
오늘은 완전 '투어'를 할 요령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길을 잃었다.
''명상실'이란 곳에 문을 열었다. 웬걸 '광'이나 '헛간'같이 사람은 없고 쓸쓸한 기분에 얼른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직원에게 물어서 본거지로 올라갔다.
약간은 후끈한 공기가 오랜만인 나에게는 여섯 살 먹은 아이가 부모 따라 목욕탕에 들어온 기분이다.
방마다 온도가 표시되어 있어서 어떤 곳은 110도를 넘어선다.
제일 약한 곳을 택하여 어떤 여성동무 옆에 누었는데 참을성이 없어 오 분 만에 퇴장이다.
우리 여성 동무들은 어디 가서 누었는지 찾을 길이 없다.
그나마 수면실이 시원해서 그곳에서 지내다 밖으로 나오니 그때야 목소리가 들려서 모두 만났다.
그렇게 홀에서 삼십 분가량 머물다 Mrs.최와 '바이' 하고 우리는 숙소로 가서 곯아떨어졌다.
자! 아침이다. 여덟 시 첫 손님으로 맞을 요령으로 출발이다. 구글 맵으로 주소를 치니 요리조리 한가 한 길로 잘도 가르쳐준다.
벌써 한 손님이 대기 상태고 두 번째로 각자 오십 불씩 지불하고 입장이다. 서, 너 방이 있는데 한방에 한 쌍씩 들여놓고,
잠시 있으니 중국 한의사가 침 열두 방식을 전방에 놓고 나간다.
이십 분 만에 와서 "고개 턴 어라운드"하며 뒤집어 놓고 '부황 종지' 를 등에 던지는데 꼭 만두 던지는 느낌이다.
찰싹찰싹 잘도 달라붙는다. 침도 여섯 개 정도 놓고 한 십분 있다 상황 끝이다.
의사가 한 말씀은 단 세 마디 "고개 턴 어라운드" ㅎㅎ. 내 생각에는 영어를 몰라 서기보다는 첫째는 "시간은 금"이기 때문인듯싶다.
손님은 많고, 알러지만 큼은 용한 한의사인 듯 싶다. 침을 맞고 나니 허기가 진다.
한 삼십 분 달려서 '장모' 설렁탕으로 부런치 식사를 하고 '꼬레아' 타운에서 구경을 했다.
촌 사람이 서울에 올라온 듯 복잡한 곳을 돌아다니며 "별들의 고향 할리우드'"거리를 지나 난간이 있는 이 층 넓은 홀에서 점심을 했다.
산야님이 말했듯이 세숫대야 만큼이나 큰 곳에 담겨 나온 돈가스를 먹고 계속 돌아다녔다.
날이 저물어 가는 때에 '버뱅크' 근처에서 산님 친구인Mr.조와 함께 일식으로 입맛을 돋구었다.
이곳은 끝이 없이 자꾸자꾸 갖다 주니 세상에 이런 일이...
헤어지기 아쉬워 아이스크림 가게로 직행하여 사람 사는 이야기로 웃음을 나누고 후리웨이로 진입이다.
차창 박으로 보이는 달을 본 산야님 왈! 세상에 저렇게 천박하고 못생긴 달은 처음 본단다. 나도 그달을 보고 적절한 '멘트'에 웃음이 절로 난다.
생전 처음 L.A에서 맞이 한 ‘달’이 왜 그리 이상하게 크기는 한데 찌그러지고 누런 색깔을 띠고 있는지 ㅎㅎ. 색깔은 아마도 공해가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저 자동차는 ‘달’을 향해 달리는데 ‘달’은 우리에게 마지막 밤에 자기의 본연의 자태를 숨기는 듯하다.
거의 자정이 되어 가는 시간에 잠이 들어 또 한 번의 하루를 마감했다.
이른 아침에 서둘러 마지막 침을 맞고
Mrs.최를 만났다. 냉면과 함께 먹는 뷔페식 식당에서 느긋한 시간을 가지며 Mrs. 최와 헤어졌다.
먹고 싶었던 순대는 '투고'로 시켜서 출발이다.
지나온 길을 되돌려 주며 산을 넘어간다.
세찬 빗줄기 그리고 햇빛과 함께 따스한 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여행의 계기가 되었던 햇님,달님의 안내 고맙습니다. 산님, 산야님과 같이 한 여행 즐거웠습니다.
P.S Mrs.최 그리고 Mr.조,
처음 만난 이에게 따스한 마음으로 맞아 주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