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뒤로하고 새날을 맞이하며
내일이면 가온님의 추모예배에 가는 날이다.
한가로이 지내는 생활인데도 잠이 오지 않는 요즈음이다. 다음 날은 약간의 부담이 되는 밤 운전을 해야 되어서 벽장을 열어 보니
다행히 먹다 남은 '나이퀼'이 남아있다. 적당량을 먹고 쓸쓸한 생각을 하다가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그분과 만남이라야 산행에서 세 번째의
만남이었고, 긴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갖지는 못했다. 그저 반갑게 악수나 서너 번 한 사이이고 꽤 조용한 분으로 기억이 되었다.
불과 열흘 전 금요일 저녁, 해가 뉘엿뉘엿 저물 즈음에 육중한 트럭 한 대가 우리들의 손님으로 뒤늦게 찾아왔다.
가온님 부부와 장모, 장인 어르신들이 함께 해 주셨다. 그날 저녁은 깊은 산중에서 오랜만에 30여 명이나 되는 '토요식구'가 함께 식사하고
다온님의 뒤치다꺼리를 보며 옛 60년 초의 동내 골목 동무인 '한식'이네 열 식구 식사 후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아직은 조그마한 도움은 할 수가 있기에 물을 길어다 주었다.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나서 "그런 것은 저 시키세요" 하는 음성과 함께 물통을 빼앗아 성큼성큼 가는 '가온'님의 모습과 그의 겸손한 말이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 잠시 후에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서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맘껏 나눌 수 있는 동질감을 만끽하는 시간이란 생각을 하며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위를 쳐다보니 쭉쭉 뻗은 키다리 나무 사이로 간간이 '별'의 윙크를 받는 황홀함이 ‘토요가족’의 따스한 감정과 함께 차가운 밤공기를 훈훈하게
감싸준다. 캄캄해진 어둠이 내리면서 경비실(?)에서 조금 톤을 낮추어 달라는 소식이 들어온다.
늘 생각은 하지만 한국분들은 대개 음성에도 ‘탬퍼’가 있어서 여럿이 모이면 실례가 되는 일이 종종 있으며 나 역시 본보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어둠 속의 이야기는 조용히 흘러가고 하나, 둘 특별한 잠자리 속으로 몸을 맡기며 하루해를 마감했다.
아직은 한낮의 온기가 텐트 안을 휘감아 품어서일까 생각보다 춥지 않은 밤을 보냈다.
벌써 밖에서는 부지런한 분들이 일어나 아침 준비에 부산하고, 훈훈함을 전해 주려는 생각에 산지기님은 불쏘시개와의 전쟁이다.
끓여주신 새벽에 마시는 산중의 커피는 최상의 맛과 분위기 그리고 따스한 정성과 함께 마시게 된다. 누구나 할 것 없는 협조는 아침 식사도
든든하고 거뜬히 치러내며 대부분 식구는 산행을 떠나고 몇 분만 남아서 주위를 걷기로 했다.
나와 이즈리, 다온, 그리고 두 어르신과 함께 한 시간가량을 걸었다. 짧은 산행이었지만 두 분이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에 기분도 좋고 더 걷고
싶었지만 혹시나 길을 잃을 수도 있기에 다온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쉬엄쉬엄 돌아왔다.
이제는 더 이상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어야겠다.
하루속히 다온님의 가정에 하나님의 은총으로 마음의 평온과 함께 새날을 맞이하여 '토요식구'와 함께할 날도 기대해 본다.
P.S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의 추모예배에 참석한 새내기 민들레님,
먼 곳에서 참석한 말뚝이님 부부, 베어님, 그리고 추모하여 주신 모든 회원님께 '고맙습니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