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속의 우리 모습
"안녕하십니까?" "예, 누구신지요?"
"예전에 00 교회에 다녔던 박00입니다."
아침 시간에 전화 받은 첫인사로는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십 년 전쯤에 같은 교회에서 만났던 박 집사인 줄 알아차렸다.
오랫동안은 아니었어도 같은 동년배 서, 너 명이 식사 후 친교 실에서의 대화는 소소한 행복의 시간이었다.
그분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있었다. 보고 싶던 차에 대화는 만나서 하기로 하고
집 근처 '맥' 다방에서 10시 30분에 약속을 하였다. 이상하게도 약속이란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늦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기에
서둘러 10분 전쯤 들어서니 중국분만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노년의 허적함을 담소로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오래전 건물인지라 장소가 넓어서 둘러보다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요즈음은 혼자 있는 사람의 손에는 거의 스마트 폰을 보며 기다리는 것에 익숙한 모습에 나도 동참하였다.
간간이 둘러봐도 그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내 앞 두 개의 식탁 넘어 앉은 나이 지긋한 동양분인 듯싶은 사람도 스마트폰을 보며 있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낀다.
10시 45분이 되었을 때 혹시 같은 지역 다른 '맥' 다방으로 가르쳐주지 않았나 싶어 다시 검색하니 틀림없는 이곳이다.
그즈음에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예, 집사님 어딥니까? 지금 기다리고 있는 데요." "나도 여기 와 있습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니 내 앞 두 테이블 너머에 있는 분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30분간 서로 마주했던 것에 웃음이 난다.
그동안 서로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해도 이렇게 세월이 우리를 속일 줄은 몰랐다.
아니! 단지 내가 늙어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하루하루의 삶에 부대끼어서 인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가는 세월을 내 마음속에 보듬고 살아야겠다.
박 집사! 반갑네!
어느날 거울을 들여다 보니 본인얼굴도
못알아 볼 정도로 늙어 있더라
이제야 돌아보니 재롱을 부리며 까불던 자식들도 출가를 하고
내입에 반찬을 넣어주던 마누라도 뭣이 그리 바쁜지 먼저 가버리고
오늘따라 운동장 만큼 큰 방안에 친구라곤 텔레비젼 밖에 없구나.
그마저도 재미가 없건만 무의식 중에 또 종일 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