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54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푸근한 바다에서 봄을 기다리며

    비가 그친 아침에 청명한 날씨와 함께 회원들과 산길을 걷는다. 
    아직 봄이 오기까지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 혹은 차디찬 바람을 머금은 세찬 빗줄기를 마주할 듯도 싶다. 
    하지만 아련히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길 밑 '함초'(鹹草) 에 갓 피어오른 새싹을 보면서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린다. 
    우리가 사는 주변에는 한 시간 정도면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가까이 있으면서도 바다를 찾는 날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오늘은 특이한 바다 내음이 청명한 날씨와 함께 바다를 가로지르며 걷는 듯한 기분이다. 바다를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마음이 넓어진다. 
    바다를 바라보면 위로를 받으며 그저 멍하니 있어도 좋다. 바다는 넉넉함과 사랑을 품어주어 병아리를 잉태하는 '어미 닭'과도 같다. 
    오늘따라 잔잔한 바다의 물결을 보며 걷는 걸음에서 간간이 떠 오르는 지나간 삶의 고뇌를 지워 버리기도 좋은 시간이다. 
    불과 얼마 전에 새해가 온다고 떠들썩하게 밀려왔던 파도 소리도 오늘은 썰물에 아득히 멀어져 갔다. 
    오늘 같은 풍광을 보면 지상낙원이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니 무엇 때문에 그리 팍팍한 생활로 세월을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좋은 날에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나는 시가 있을까! 너무나 유명한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가 아닐까 한다. 
    푸시킨은 우리에게 어떤 당부를 하고 있을까! 살아가며 찾아오는 슬픔을 담담히 인내하라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면 슬픔과 고통은 사라지고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고통은 시간과 함께 소멸하여 간다는 것을 우리에게 각인시켜준다. 오랜만에 바다와 함께 걸으며 머지않아 찾아오는 봄 길에는 
    푸근하고 넉넉함을 품고 잦아오는 '푸시킨'의 미래의 봄날이 되기를 소원한다.
    ----------------------------------------------------------------------------- oo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저자: 알렉산드르 푸시킨
    • profile
      안나 2018.01.28 05:30
      태어나서 함초를 처음봤습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행복이 가득한 긴 하루였습니다.
      아침이슬과 같이 빨리 가버리는 세월, 하루하루 감정낭비없이 소중히
      보내야겠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게하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 profile
      산. 2018.01.30 21:53

      청명한 날씨만큼이나 무심님의 글을 읽으니 제 마음도 맑고 깨끗하여짐을 느낍니다.
      가끔씩 올려주시는 무심님의 글 덕분에 저희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짐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수고스럽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글들을 자주 볼수있게 되기를 희망하기에 염치없는 부탁을 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5 인사 "시에라 산악회" 탄생을 축하하며 9 musim 2016.03.17 167
    694 정보 "나는 리턴하는거 별로 안 좋아해요" 3 호담 2022.05.09 131
    693 인사 "모찌롱님, 나오세요" 오바 5 mc유 2016.09.27 65
    692 알림 "산행 중에 일어난 특별한 경우" 11 musim 2018.05.05 122
    691 느낌 "소중한 사람을 지우세요" (어느 교수의 질문) 6 musim 2020.05.22 94
    690 느낌 "오십 년 만의 목소리" 2 musim 2017.01.01 50
    689 이야기 '갑질 논란'의 답은 교육이다. 3 musim 2018.07.13 87
    688 이야기 '그리운 친구' 2 musim 2019.02.23 64
    687 이야기 '매트리스' 리사이클링 2 musim 2018.02.08 34
    686 알림 '산행에서 만난 좋은 인연' 3 musim 2019.02.08 132
    685 느낌 '신뢰'에 대하여 2 말뚝이 2018.12.30 83
    684 알림 '운전면허증 갱신 안내' 5 musim 2019.01.05 75
    683 이야기 '좋아요. 산행' 5 musim 2018.05.27 77
    682 이야기 '코로나'라는 이름의 명암 7 musim 2020.05.15 86
    681 인사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3 musim 2019.03.09 73
    680 웃기 (그냥 웃기) 씨에라 쩜쁘왕!!! 5 file 호담 2022.02.06 159
    679 웃기 * 별이 빛나는 밤에 * 5 musim 2016.11.13 57
    678 웃기 * 아들의 첫 데이트와 한국어 * musim 2019.09.16 52
    677 알림 ***2023*** 씨에라 산악회 포토제닉상 153 호담 2023.11.05 466
    676 느낌 -長壽時代의 새로운 現狀- 11 musim 2020.04.20 11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