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께,

보내주신 정성 어린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과거를 잊어버리려 하는 생활을 하는 내가 님과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같이 산행한 지가 벌써 7년이 되어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필연적인 배움은 만남으로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그 만남으로서 인격 형성이 이루어지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희로애락이 펼쳐지기도 하지요. 

때로는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어서 실망과 허탈함을 느끼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배워가는 인생사가 내게도 이제 칠십 년을 넘으려고 합니다. 

흔히 나잇값을 하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나 자신 아직도 그 범위 내에서 벗어나고 있지를 못합니다. 

지금도 마음속에든 나의 모난 돌을 둥글게 하려는 생각은 드는데 실천이 안 되는 부족한 자신을 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깨우쳐 보려 하는데 생각과 행동이 함께하지를 못합니다. 

때로는 귀동냥으로 들었고 어깨너머로 알고 있는 옛 성현님들의 좋은 말씀과 행동을 생각해 보며 마음의 평온을 가지려고 합니다.

체력은 이럭저럭 나잇값만큼만 불편하니 다행이고, 아직 치매끼는 없어서 하느님께 고맙습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지요. 

이 세상 건강에서 자유스러운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저 아픔을 주신다면 받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두렵고 혼란스러운 마음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번 고국 방문에서 삼 년 전에 만났을 때와 확연히 다른 건강상태의 친구들을 보게 됨이 슬프다는 감정 위에 이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투영되어 우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최선책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생각의 반전은 가질 수 있기에 우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가 원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것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많은 사람 중에 가치관이 같은 님과 오랫동안 산행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축복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건강으로 인해 헤어져야 하는 시간도 오게 되겠지요. 

소중히 쌓인 님과의 추억을 화려한 상자에 담아 간간이 열어 보는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지금도 진행 중인 온전한 나의 몫입니다. 

서로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부족한 사람이 저물어가는 한 해에 몇 자 적어 답장을 보냅니다. 

늘 건강과 함께 가내 화평한 생활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무심 드림.